영어 책을 끝까지 읽어 낸 경험이 적다면, 원인은 근성이 아니라 책 고르기다. 너무 어려운 책은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에 사전에서 멈춘다. 너무 쉬운 책은 읽혀도 손맛이 없다. Oxford Bookworms는 그 사이를 스테이지와 사용 어휘로 잘게 나눈 시리즈다. 다독을 '오늘은 이 1권'이라고 정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준다.
처음 살 상품까지 정해 두면 다독은 꽤 편해진다. 1권을 다 읽은 뒤 다음을 검색하고, 망설이고, 결국 사지 않는다. 이 공백이 가장 아깝다. 그래서 첫 구매는 Stage 1 베스트셀러 팩을 권한다. 인기작 10권이 한꺼번에 도착해, 적어도 당분간은 '다음에 뭘 읽을까'에서 멈추지 않는다.
Bookworms의 강함은 레벨이 숫자로 보인다는 것
시리즈는 Starter와 Stage 1–6, 전 7단계로, CEFR로는 A1–C1에 대응한다. 기준 헤드워드는 Starter 250, Stage 1 400, Stage 2 700, Stage 3 1,000, Stage 4 1,400, Stage 5 1,800, Stage 6 2,500. Stage 1의 평균 총 단어 수는 약 5,200단어, 평균 40페이지 정도다. 1권을 읽어 내는 거리가 짧고, 모르는 단어 수도 처음부터 억제되어 있다.
수록작은 명작의 재화만이 아니다. 오리지널 스토리, 범죄・미스터리, 논픽션, 희곡까지 넓다. 권말에는 어휘표와 읽기 전・후 액티비티가 있고, 오디오를 쓸 수 있는 MP3 Pack도 따로 준비되어 있다. 본문을 눈으로 쫓는 날도, 오디오로 다시 듣는 날도 만들 수 있다. 교재로서의 구조는 수수하지만, 이 수수함이 이어 가는 쪽에 통한다.
처음 사는 법은 Stage 1 팩 + 1권째 정하기
사는 것은 Oxford Bookworms Library Stage 1 Bestseller Pack이다. 수록작은 『톰 소여의 모험』 『엘리펀트 맨』 『소공녀』 『오페라의 유령』 『오즈의 마법사』 등 10권. 장르가 흩어져 있어서, 명작이 안 맞으면 미스터리로, 미스터리가 무거우면 모험물로 도망칠 수 있다. 다독 초기에 필요한 것은 기분의 도피처다.
레벨은 무리하지 않는다. 처음 몇 페이지에서 모르는 단어가 1페이지에 2–3개 이하, 사전 없이 대의를 따라갈 수 있다면 Stage 1이면 된다. 4개 이상에서 몇 번이고 멈추면 Starter로 내린다. 반대로 읽는 속도만 오르고 이야기가 머리에 남지 않는다면 Stage 2로 올린다. 사기 전에 이 판정을 해 두면 팩을 쌓아 둘 확률이 낮아진다.
1권째는 수록작인 Love or Money?를 권한다. 부유한 여성의 생일에 모인 전원이 그녀의 돈을 노리는 범죄 미스터리로, 본문은 약 6,010단어. 범인 찾기의 추진력이 있어서 쉬운 영어라도 페이지가 나아간다. 참고로 이 베스트셀러 팩은 종이책 10권으로, 오디오는 포함되지 않는다. 듣기 연습까지 넣으려면, 다 읽은 타이틀과 같은 MP3 Pack을 나중에 더하는 것이 낭비가 없다.
오디오로 다시 들을 때의 이야기도 조금. 다 읽은 1권을 귀로 다시 쫓으면, 눈으로는 주웠던 문장의 연결이 소리로도 확인된다. 듣지 못한 한 문장만 반복해서 듣고 싶을 때는 Rehear 같은 구간 반복형 앱(이 매거진을 운영하는 팀이 만들고 있다)도 쓸 수 있다. 다독의 주역은 어디까지나 읽는 양이지만, 귀로 확인하는 시간을 조금 더하면 읽기의 안정감도 달라진다.
1권의 돌리는 법. 사전은 닫고 끝까지 간다
읽는 법은 단순하다. 먼저 사전 없이 장의 끝까지 나아간다. 모르는 단어가 있어도, 인물이 어디로 가서 무엇을 했는지를 알면 멈추지 않는다. 앞뒤 문장으로 의미를 잡을 수 있는 단어는 그 자리에서 외우지 않아도 된다. 다독에서 처음 단련하는 것은 모르는 것을 안은 채 읽어 나가는 힘이다. 정말로 이야기의 축을 놓친 곳에만 페이지 모서리에 작게 표시를 붙인다.
다 읽으면 뒤표지나 노트에 날짜, 타이틀, 총 단어 수, 재미를 5단계로 쓴다. 감상문은 필요 없다. 3권만 기록해도, 자기가 명작보다 미스터리로 나아가는지, 단편집이면 멈추지 않는지가 보인다. 표시를 붙인 단어는 이 시점에서만 권말의 어휘표를 본다. 전부를 단어장에 옮기면 다음 1권으로 나아갈 열이 식는다.
10페이지를 읽어도 이야기에 들어가지 못하는 책은 그날의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이다. 도중에 그만두고 다른 수록작으로 옮겨도 된다. 다독에서는 1권에 대한 의리보다 영어 문장에 닿은 총량이 중요하다. 맞지 않는 책을 참아 내며 독서 자체를 싫어하게 되는 쪽이 훨씬 손해다.
이어 가는 구조는 읽기 전부터 만들어 둔다
10권의 순서는 팩의 배열이 아니라 취향으로 정한다. 미스터리, 명작, 모험, 호러 하는 식으로 장르를 번갈아 두면 1권의 피로가 다음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읽는 장소도 미리 정한다. 출퇴근 전철의 왕복, 점심시간의 처음 10분, 목욕 후의 15분. 어느 것이어도 좋다. 종이책은 눈에 들어오는 곳에 1권, 가방에 1권. 찾는 수고가 사라지는 것만으로 시작률은 올라간다.
3권을 다 읽으면 다시 한 번 레벨을 판정한다. 사전 없이 장면이 떠오르고, 읽는 속도도 올랐다면 Stage 1을 계속한다. 반대로 매번 같은 단어에서 멈춘다면 Starter를 1권 끼운다. 레벨을 내리는 것은 후퇴가 아니라 독서량을 늘리기 위한 조정이다. 10권째에 들어가기 전에 다음 Stage 2 팩이나 Stage 1의 미수록 타이틀을 사 둔다. 책장에 다음이 있는 상태가 다독을 습관으로 바꾼다.
다독의 첫 목표는 어려운 책에 이기는 것이 아니다. 영어 이야기를 1권 읽어 내고, '다음도 읽을 수 있다'는 감각을 갖는 것이다. 그 감각을 만들려면 레벨, 단어 수, 다음 한 권까지 설계된 시리즈가 맞는다. Oxford Bookworms는 그 설계가 가장 알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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