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교재를 살 때 내가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목차와 부록의 사양이다. 이 『英語耳[개정・신CD판]』은 부속 CD 1장, A5판 단행본. 내용은 '발음 바이엘'이라 불리는 발음 드릴이 중심이며, 읽는 책이라기보다 입과 귀를 움직이는 연습장이다. 초판은 2004년. 그럼에도 지금도 발음 교재의 정석으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오래가는 교재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핵심은 하나. 말할 수 없는 소리는 들을 수 없다

이 책의 주장은 명쾌하다. 스스로 발음할 수 없는 소리는 귀로도 구별할 수 없다. 모르는 소리가 귀에 들어오면 뇌는 멋대로 아는 일본어 소리로 바꿔 버린다. 그래서 단어를 알아도 원어민의 발음이 되는 순간 다른 것으로 들린다. 반대로 자기 입으로 그 소리를 낼 수 있게 되면 듣기의 해상도가 올라간다. 제목의 '발음이 되면 리스닝이 된다'는 광고 문구가 아니라 이 책의 설계 사상 그 자체다. 리스닝 교재를 몇 권이고 바꿔 온 사람일수록 이 한 권에서 발이 멈출 것이다.

거기서 등장하는 것이 발음 바이엘이다. 피아노 바이엘 교본과 같은 발상으로, 영어의 소리를 하나씩, 쉬운 것부터 순서대로 연습해 나간다. 자음편, 모음편, 그리고 일본인이 끝까지 애먹는 R의 전용 장. 발음 기호와 입 벌리는 법, 혀 위치의 그림을 보면서 CD 소리를 따라 소리 내어 말한다. 수수하지만 소리의 토대는 이런 빈스윙으로만 만들 수 있다.

자음과 모음을 분해한 뒤 다시 조립한다

자음편의 배열이 좋다. [s]와 [z], [f]와 [v], [θ]와 [ð]처럼 일본어에 없는 소리나, 일본어에서는 같은 소리로 들리는 쌍부터 시작한다. 윗니 끝을 아랫입술에 가볍게 대는 [f], 혀끝을 윗니에 대는 [θ].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입 모양으로 익히는 구성이다. 유성음과 무성음의 차이도 목에 손을 대고 진동을 확인하면서 진행한다.

모음편에서는 일본어의 '아'가 영어에서는 몇 종류로도 나뉜다는 것을 절감한다. 입을 가득 여는 소리, 혀가 앞에 있는 소리, 목구멍 뒤에서 짧게 내는 소리. 일본어 모음은 5개뿐이지만 영어는 그 몇 배다. 이 차이를 메우지 않은 채 단어를 외우면 머릿속의 소리와 실제 소리가 계속 어긋난다. 마지막 R편에서는 혀를 뒤로 당겨 내는 [r]을 단독으로 단련한다. 여기까지 전 26레슨. 한 음씩 무너뜨리는 감각은 단어장을 넘기는 것과는 다른 쾌감이 있다.

사기 전에 정해 두는 오디오 돌리는 법

컬렉터의 본심을 말하면, 이 책은 오디오 돌리는 법을 정하지 않고 사면 쌓아두기 쉽다. CD 오디오는 레슨마다 트랙이 나뉘어 있으니, 사면 먼저 전 트랙을 스마트폰에 넣는다. CD 플레이어를 여는 습관은 아쉽게도 현대에서는 이어지지 않는다. 스마트폰에 넣어 버리면 1레슨 분량의 오디오를 이동 시간에 몇 번이고 돌릴 수 있다.

이 책이 요구하는 반복량은 솔직히 사양이 없다. 같은 소리, 같은 단어를 몇 번이고 소리 내어 말한다. 스포츠의 빈스윙과 같아서, 생각하면서 하는 단계를 지나 입이 멋대로 움직이는 데까지 가져가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돌리는 법도 미리 고정한다. 평일은 하루 1레슨, 듣고, 따라 하고, 반복하고, 자기 목소리를 녹음해서 CD와 비교한다. 어긋난 소리는 녹음으로 들으면 놀랄 만큼 또렷해진다. 주말은 그 주의 레슨을 통째로 다시 듣고, 구별이 헷갈리는 소리만 돌아간다. 26레슨이니 평일 페이스로 약 한 달 반에 한 바퀴 도는 계산이다.

오디오 듣기 방법에도 한 가지 덧붙이고 싶다. 레슨 오디오는 '흘려듣기'보다 '멈추고, 따라 하고, 되감는' 반복으로 통하는 타입의 음원이다. 구별이 헷갈리는 소리만 몇 번이고 맞히고 싶을 때는 Rehear 같은 구간 반복형 앱에 넣어 두면 핀포인트로 반복할 수 있다. 이 매거진을 운영하는 팀이 만든 리스닝 연습 앱으로, 나도 교재 음원을 넣어 돌리는 데 쓰고 있다. CD에서 넣는 수고는 처음뿐. 그 다음은 헷갈리는 소리 부분만 몇 번이고 되돌아갈 수 있다.

지금 산다면 현행 개정 3판도 있지만, 음원 내용은 신CD판과 공통이고, 오랫동안 읽혀 온 것은 이쪽의 『英語耳[개정・신CD판]』(종이)이다. 중고 시장에도 많이 나와 있으니, 손에 넣는다면 CD 판면의 상태만은 확인하고 사고 싶다. 오디오가 본체인 교재이므로 거기는 양보할 수 없다.

맞는 사람, 맞지 않는 사람

단어와 문법은 어느 정도 되는데 소리가 되면 무너지는 사람에게 맞는다. 발음 기호를 한 번 제대로 다시 나누고 싶은 사람에게도 좋다. TOEIC 리스닝에서 알はず의 단어를 듣지 못해 떨어뜨리는 사람에게도 통한다. 그것은 어휘 부족이 아니라 대개 소리의 어긋남이다. 반대로 회화 표현이나 구를 늘리고 싶은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다. 이 책은 회화집이 아니라 소리의 훈련장이다. 영화나 드라마 듣기에 직결되는 즉효약도 아니다. 다만 소리의 토대가 생기면 다른 어떤 리스닝 교재도 효과가 달라진다. 순서로는 처음에 놓을 한 권이다.

발음은 재능이 아니라 입의 운동이다 — 그것이 이 책의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빈스윙을 한 달 반 이어 갈 각오가 있다면 사서 손해는 없다. 먼저 자음편의 첫 레슨부터 소리 내어 시작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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